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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쉼표
- 나태주
이제는 풀꽃만 풀꽃이 아니다
사랑스런 것, 조그만 것
예쁜 것들은 모두가 풀꽃이다.
당신 목소리가 나에게는 삶의 환희예요.
산 속에 숨어 흐르는 맑은 시냇물 소리예요.
때로는 보고 싶어 가슴이 타오르는
그리움의 뭉게구름이기도 하구요.
반쯤 비어 있는 찻잔에
흰 구름을 가득 부어
마시면 어떨까?
더 많이 비어 있는 찻잔에
새소리며 바람소리를 채워
마시면 어떨까?
너의 얼굴 바라봄이 반가움이다
너의 목소리 들음이 고마움이다
너의 눈빛 스침이 끝내 기쁨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내가 당신한테 꽃인 줄 알았더니
당신이 내게 오히려 꽃이었군요.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좋은 곳이란다.
그래도 반짝이는 순간순간의 생이 고맙지 않겠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중얼거려봅니다.
바람아 나를 흔들어다오
나도 예쁜 나뭇잎처럼
예쁜 하나의 손이 되고 싶다
외로워할 것이 없는데 외로워하고
슬퍼할 것이 없는데 슬퍼하는 것이 사랑이다.
끝내 사랑할 필요가 없는데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바람 속에 너의 숨결이 숨었고
구름 위에 너의 웃음이 들었다
너 부디 오래 거기 있어 다오
지구 한 모퉁이에서 잠시 쓴다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내 마음도 많이, 성글어졌다.
빛이여 들어와
조금만 놀다 가시라
바람이여 잠시 살랑살랑
머물다 가시라.
- 나태주, 시간의 쉼표, 나태주 글그림, 서울문화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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