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매뉴얼은 넘쳐날 만큼 지천에 깔려 있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면 결과가 나오고 급여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니 왜 일하는지,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궁리할 필요가 없다.
눈을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일에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서양 사회에서는 ‘일이란 곧 고역’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이브는 신이 금지한 선악과를 따 먹은 죄로 낙원인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했다.
낙원에서 살 때는 일할 필요가 없었지만,
추방되고 난 후에는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 힘겹게 일해야 했다.
서양 사람들은 ‘일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서 피해야 할 행위’라 여긴다.
바로 거기에서 ‘일은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끝내고 보수는 최대한 많이 받는 게 좋다’는
노동관이 생겨났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서양과 달리 동양에는 이 같은 노동관이 없었다.
일은 분명 고생도 수반하지만,
그 고생 이상으로 기쁨과 긍지, 그리고 삶의 보람을 가져다주는 존엄한 행위라고 여겼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 무엇보다 더 좋아해보라.
그 일에 흠뻑 빠져보라.
그러면 퇴근 시간에 집에 가는 것조차 아깝게 느껴질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밤새워 그 일에 매달려도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일이 되고 그 일이 내가 된 것 같은 기분.
그런 과정을 거쳐 이룬 성과 앞에서는
누구라도 어린아이처럼 뛸 듯이 기뻐할 것이다.
물질은 불에 가까이 대면 타는 가연성 물질,
불에 가까이 대도 타지 않는 불연성 물질,
스스로도 잘 타는 자연성 물질이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가연성 인간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고,
불연성 인간은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린다.
이에 반해 자연성 인간은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긴다.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지 않는 식물은 하나도 없다.
노력하지 않는 식물은 생존하지 못한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육식동물이든 초식동물이든 먹고살기 위해,
그리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열심히 살아가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바로 그것이 자연계의 법칙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노력'이라든가 '열심히 산다'는 말을
자신과는 거리가 먼 특별한 일처럼 생각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만 열심히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살아가는 일 자체가 치열한 노력의 연속이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자,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섭리이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지금은 부족하지만, 필사적으로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야.
그러니 다시 시작 해볼까?'
이런 낙관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이 성공으로 성큼 다가갈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을 낙관론자에게 맡겨두는 것은 위험하다.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계획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비관론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낙관론자는 추진력이 강하지만 때로는 폭주하기도 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중하고 차분하게 일을 짚어가는 비관론자에게
언제 있을지 모를 리스크를 상정하게끔 하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실질적인 행동 계획을 세워 나가도록 하는 게 좋다.
그리고 그 계획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때 다시 낙관론자에게 일을 맡긴다.
마음껏, 과감히 꿈을 펼쳐보게끔 길을 터주는 것이다.
"낙관적으로 구상하고, 비관적으로 계획하며, 다시 낙관적으로 실행한다."
이것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가는 가장 이상적인 시스템이자,
교세라가 지금껏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 신제품 개발을 성공시켜 온 원칙이다.
나는 교세라를 창업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60여 년의 역사 속에서
파인세라믹의 특성을 활용한 각종 산업용 부품을 비롯해
반도체 패키지 등의 전자부품
나아가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복사기, 휴대전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업분야에 도전해왔다.
내가 그만큼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까?
아니다.
그것은 60여 년간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겠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고 지금껏 실천해 온 결과이다.
나는 매일 '창조적인 일을 한다'는 말을 적어도 한 번은 되뇌며 일한다.
비록 하루 동안 이룬 진전이 미미할지라도
그것이 10년간 지속되면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내가 부잣집에 태어나 돈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할수 있었다면,
고난과 좌절을 모른 채 일류 대학에 들어가
수월하게 대기업에 취직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단언컨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다.
삶이 순조롭게 흘러갔다면 나는 현실에 만족하며 안일하게 살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평탄한 인생도 좋다.
하지만 역경이 있는 인생이라면 그보다 더 좋다.
그러니 자신이 처한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어떤 순간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
절대로 주저앉지 마라.
그러면 반드시 신은 당신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내게도 그러했듯이.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지 않으면 아무것도 실현하지 못한다.
이것은 단지 일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철칙이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아무리 컴컴한 어둠 속에서도 반드시 길이 보이는 법이다.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시작했다면 그 일을 성공할 때까지 해내는 자세,
더는 안 되겠다고 한계를 느껴도 그때를 마지막이라고 여기지 마라.
오히려 그 순간을 다시 시작하는 새 출발점이라 믿고,
성공을 손에 넣을 때까지 정진하라.
인간은 실패와 실수를 되풀이하며 성장한다.
실패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
실패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그것을 교훈 삼아 새로운 행동에 도전하라.
그런 사람만이 설사 궁지에 몰리더라도 나중에 반드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 더 이상은 안 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제2의 출발점이다.
무슨 일이든 이룰 수 있다고 다짐하라.
모두와 함께 일하고 기쁨을 나누어라.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풀어라.
남을 배려하고 자상하게 행동하라.
성실하고, 정직하며, 겸허하게 노력하라.
이기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욕심을 버려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지녀라.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라.
- 왜 일하는가, 이나모리 가즈오 저, 김윤경 역, 다산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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