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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_ 도종환 산문집

by bob1art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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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上善若水)

 

 

올 한 해 물같이 맑게 흐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여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물이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낮은 곳을 택하여 흐르며,

 

흐린 것들까지 데리고 가 맑게 만들며 멀리까지 가는 게 물이기 때문에 그렇다.

 

넓은 곳에서만 넓게 흐를 줄 알고 깊은 곳에선 깊게 흐를 줄 알면서도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고 가기 때문이다.

 

 

둥그런 그릇 속에 담기면 둥그런 모습이 되어주고

 

네모난 그릇 속에 담기면 네모난 모습이 되어주지만

 

그릇을 나오면 늘 다시 본래의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처럼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지 않는가.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일도 없고 곤란한 일도 생기지 않고

 

내게는 모두 행복하고 기쁜 일만 생기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나만 맑고 고요하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곤란함과 어려움과 시련과 상처가 없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그 고난을 딛고 다시 고요한 자신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고 흔들리고 하다가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숱한 장벽 숱한 굽이굽이에서 만난 어려움을

 

물처럼 품어 안고 소리 없이 흐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도 우리 모두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도종환 산문집, 좋은생각,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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