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 - 문지영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
지체장애인 부모님은 딸이 음악성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음악이라는 점과 '장애인의 아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결국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 받는 매달 80만원의 정부지원금 중에서 식비를 줄이고
딸을 피아노 학원에 보내기 시작합니다.

6살의 어린 아이는 피아노라는 커다란 악기에 푹 빠져 버리며 학원에서 몇 시간씩이고 허락되는대로 연습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피아노가 없으니 종이 위에 건반을 그려놓고 속으로 음률을 소리내며 종이를 두드렸습니다.
피아노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 갔습니다.
어린 나이지만 그의 영재성은 곧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생긴 별명이 '피아노 없는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나가는 콩쿠르마다 상을 휩쓸었고,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선화음악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해
서울의 선화예술중학교에 우선 입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는 도저히 학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 입학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 역경 속에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진학을 포기한 채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마친 그녀는 더욱 피아노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고 동네 교회와 학원을 전전하며,
대부분의 피아니스트가 쓰는 그랜드 피아노가 아닌
9살 때 엄마가 사주신 일반 중고 피아노를 10시간씩 악착 같이 연습했습니다.
손가락이 부르트고 손목이 마비될 정도의 고통을 하소연하면서도 연습은 그치질 않았습니다.
고향 여수에서만 피아노를 치다가 16세에야 서울로 올라왔던 그는
2009년 현대차 아트드림 콩쿠르에서 피아노 중학생부 대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위의 권고와 추천을 받아 금호문화재단에서 음악 영재로 선발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
김대진 교수의 지도를 받기 시작하면서 눈에 띄는 기량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대학에 수석으로 장학생 입학을 하면서 주위를 놀라게 만듭니다.
특별한 지도를 받아도 입학하기 힘든 한예종에 수석 합격한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무수하게 다가왔던 역경을 이겨낸 결과였습니다.
그녀는 타고난 영재성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시작하며
2012년 독일 에틀링겐 청소년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그 당시 심사위원들의 평가는 '문지영의 상상력은 17세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는 평가를 하며
주목 받는 피아니스트로 올라서게 됩니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만 19세가 되기 전에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콩쿠르 중 하나에서 우승하게 됩니다.
2014년 스위스에서 열린 제네바 국제 콩쿠르였습니다.
게다가 그 여세를 몰아 이듬해엔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유럽을 들썩이게 하는 천재 피아니스트의 탄생을 알리게 됩니다.
유럽 음악계가 들썩였던 이유가 있습니다.
부조니 콩쿠르는 2000년 이후 우승자를 내지 않고 있었습니다.
즉 1등 없는 2위까지만 계속 배출하면서 매년 이번에는
우승자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유럽 음악계의 관심사가 될 정도였습니다.
자그만치 15년동안 말입니다.
부조니 콩쿠르의 권위에 합당한 우승이라고 할만한 음악적 재능으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렇게 완강한 부조니 콩쿠르는 결국 한국에서 온 소녀에게
15년만에 빗장을 풀면서 기립박수를 하며 우승자로 낙점했습니다.
최초의 동양인이었습니다.
부조니 콩쿠르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에르크 데무스는 문지영을 두고 심사위원 종합평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발견했다"고 단적으로 표현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스승인 피아니스트 김대진(한예종 음악원장) 교수는
"요즘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는 화려하고 자극적이지만
문지영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타고난 음악성으로 놀라게 하는 연주"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문지영은 지난해 10월 영국에서 100년이 넘는 역사와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빛낸 많은 거장들이 연주하여
권위있는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독주회로 데뷔했습니다.
"여기에서 연주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영광이었다"고 그녀가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영국의 비평가 크리스토퍼 액서워시에게
"신인 피아니스트가 런던을 휩쓸었다"며
"지적이면서 자유롭고 기품있는 연주"라고 평가 받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음악계에선 보기 드문 장애인 부모 밑에서 어려운 역경을 딛고 올라선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부모님은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음악인으로 키운 그 점 또한 박수를 받을만합니다.
마음만 가지면 어떤 난관도 이겨낼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꾸는 청소년에게 좋은 귀감이 되는 피아니스트 문지영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https://youtu.be/5XvzBgfWYuY
- Canada Korean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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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한 문지영과
그녀의 스승인 김대진 한예종 음악원장이 함께 펼친
멋진 피아노 연탄곡을 편안한 시간에 한번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https://youtu.be/PNhYEcRjSKg
800th THE HOUSE CONCERT
2020. 9. 7. Mon. 8PM
김대진 Daejin Kim, 문지영 Chloe Jiyeong Mun(Piano 4-h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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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 O G R A M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Rondo in A major, D.951 ("Grand Rondo")
Fantasie in F minor, D.940
1. Allegro molto moderato
2. Largo
3. Allegro vivace
4. Allegro molto moderato
Grande Marche Héroïque in A minor, D.885
Allegro in A minor, D.947 ("Lebensstür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