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불러일으키는 기적
믿음이 불러일으키는 기적
불을 모두 끄고 컴컴한 곳에서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같은 조건에서 마음으로 음악을 듣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지휘자도 없다.
대신 악장이라는 직책이 오케스트라 공연을 이끌어간다.
김종훈 씨는 바로 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악장이다.
그는 선천성 녹내장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앞이 잘 안 보이니 장난감도 소리가 나는 것 위주로 가지고 놀았다.
바이올린도 처음에는 장난감 같아서 재밌었다.
"스스로 편견을 가지는 것처럼 바보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치는 일에는 끝이 없거든요.
장애인이라서 못해, 이런 답을 지레 내리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힘껏 노력한다면,
훨씬 더 달콤한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관현악과 학생 시절,
평생 장애를 짊어진 운명과 막막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도 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는 마음을 다잡고 국내 유수의 콩쿠르를 휩쓸며 재능을 인정받았고,
이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베를린 국립 음대를 졸업, 독일 대통령궁 초청 연주회, 악셀 스프링거상 수상으로
7년간의 독일 생활을 마무리했다.
현재 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찾아가는 음악회"를 여는 등
음악가이자 연주자, 선생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음악이 힘겨운 좌절과 고통을 딛게 해줬던 것처럼,
이제는 자신의 음악과 삶을 통해 타인을 위로하고 용기와 희망을 나누고 싶은 거다.
"돌이켜 보면 하루하루 힘들게 온 그 길이 다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에 못지않은 기적들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밀려옵니다.
그래서 전 가장 중요한 건 '자기한테 믿음을 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에게 쓰는 편지, 기획 이윤형, 엮고 쓴이 송화진, 사회적기업 디자인마이러브, 2021